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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히트 『시 백선』에 대한 소네트

최종 수정일: 8월 6일


존 허트필드 (Jon Heartfielde (1891-1968)가 “중국 차나무 뿌리 사자상“으로 한 표지 디자인한 초판본

한국 독자들에게 브레히트 시가 선을 보일 수 있게 한 원전은 대부분 본 글에서 언급하는 브레히트의 『시 백선 Hundert Gedichte 1918-1950』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1968년에야 20권짜리 구전집(GW)이 나왔고 『시 백선』이 서독에서도 문고판으로 나왔기에, 어느 누군가 금서검열을 뚫고 한국으로 몰래 들여간 덕택일 것이리라.... 2014년 이후 한국독자들이 그간 브레히트 학회 소속 시전공한 동학들이 새전집 (GBA)에 의거해 400여편 시를 번역해 독자들에게 다양한 브레히트 시를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는 오로지 『시 백선』에만 의존해야 했던 그런 어두운 시절이 한국에도 있었다.


그런데, 이 시집은 엉뚱하게도 표지 디자인으로 인해 출간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망명 시절인 1938년에 이미 런던 말릭출판사를 통해 브레히트 전집을 출판한 적이 있는 헤르츠펠데 (Wieland Herzfelde, 1896-1968)가 『시 백선』을 기획하던 당시 애석하게도 동독에서는 전쟁 전 베를린에 있었던 사실주의 논쟁이 전쟁으로 중단되었다 전후 1950년대에 다시 동베를린에서 형식주의 논쟁으로 불붙었던 때와 맞물렸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브레히트 자신이 "형식주의 논쟁" (ZUR FORMALISMUSDEBATTE, GBA 23, 134, 1951)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시집 편집인 헤르츠펠데의 친형인 존 허트필드 (Jon Heartfielde (1891-1968)가 “중국 차나무 뿌리 사자상“과 함께 표지 디자인을 했고, 이 디자인을 지원하고자 브레히트는 표지 뒷면에 인쇄할 에피그램 시를 특별히 썼다. 하지만, 사실주의 논쟁에 이어 전후 동베를린에서 불붙은 형식주의 논쟁 (GBA 23, 134쪽, 1951년) 때문에 정작 아우프바우 출판사는 이 표지 인쇄를 거부했던 것이다. 물론 고집 세고 표지를 위해 에피그램 시까지 쓴 브레히트가 포기했을 리 만무했다.

결국 초판 시집이 차뿌리나무 사자상 사진이 있는 표지와 이 사진 없는 표지를 반반씩 인쇄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래서 같은 출판사이며 같은 해 출간된 초판 브레히트 『시 백선』이 서로 다른 표지로 인해 전공, 비전공할 것 없이 독자들로 하여금 혼란을 주는 결과를 낳았다.



차나무 뿌리 사자상과 에필로그 시 없이 인쇄된 브레히트 『시 백선』 (1951년) 초판본 표지

즉, 브레히트 『시 백선』 출간 뒤에 당시 형식주의 논쟁의 여파와 그로 인해 애꿎은 중국 차나무뿌리 사자상이 형식주의 논쟁에 표적이 된 흔적을 깊게 남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래 소개하는 "『시 백선』에 대한 소네트"와 "중국 차나무뿌리 사자상을 믿고"란 시를 소개함으로써 , 그 당시 브레히트가 긴 망명에서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또 다른 싸움을 해야 했던 브레히트의 결기와 동베를 문학계를 소개하고자 한다.


『시 백선』에 대한 소네트

- 브레히트가 편집인 헤르츠펠데에게 보낸 편지[1]


1

내게 『시 백선』 출간을 위해 그대에게 몇몇 생각 적는 걸 허락하게!

모든 시는 다른 시들에 적대적이기에 한 편씩 출판하고 읽어져야만 하지.

동시에 이 시들 서로서로 필요하고 서로 힘을 끌어내어 하나 될 수 있지.

시들이 대개 그 아래로 가져가게 되는 모자는 작가의 모자라네.


나의 경우, 시를 벙거지 밑으로 가져가지만 말일세.

허나 이 또한 위험한 일이지. 수록될 시들 나를 묘사한 시일 수 있지.

하지만 이 시들은 이런 목적 위해 쓴 시가 아니지.

시인을 알기 위한 게 결코 아닐세:


그 대신 세상을 알기 위한 게야.

그리고 세상을 즐기고 변형시키고자

시인이 추구하는 모든 걸 알기 위한 게야.


따라서 편집자는 독자에게 가르쳐야만 하는 게야

시들이 어떻게 읽혀져야 하는지를.

이를 위해 필요한 건, 시들이 소위 유명해져야 하는 게야!


2

실제로 시인이 세심한 독자들 고려했다면,

시들은 그가 받아들이는 자세에서 쓰여진 것이네.

이런 시들은 독자들에게도 더욱 더 좋을 것이네,

그대가 각 개별 시나 시행들과 입장들 더 강조한다면.


마치 이 시들이 잘알려진 것처럼 (또는 잘 알려지게 될)

또한 그대는 연작시를 아주 단순하게 언급해야 하네.

독자들이 호기심으로 시집을 넘기도록 해야 하네.

그대가 더 많이 언급할 수록, 각종 대상을


그리고 특별한 취급 방식을 더 많이 언급하면 말이지

그럼 더 쉽게 독자는 시를 읽을 게야.

하나 너무 쉽게 읽어선 안되지.


그대는 『시 백선』을 위해 이미 편집을 시작한 게야.

시집을 구성하는 자네 방식말이지.

이 방식은 정말 훌륭한 방법인 게야.


(2022년 6월에, 독일 검은숲 언저리에서)


『시 백선』 편집자에게 보낸 브레히트 편지:


An Wieland Herzfelde, Berlin, Mai 1950


Mai 1950

Lieber Wieland,

erlaub mir, daß ich Dir zur Herausgabe der Gedichtauswahl einige Gedanken schreibe. Jedes Gedicht ist der Feind jedes andern Gedichts und sollte also allein herausgegeben und gelesen werden. Gleichzeitig benötigen sie einander, ziehen Kraft aus einander und können also vereint werden. Der Hut, unter den sie gemeinhin gebracht werden, ist der Hut des Verfassers, in meinem Fall die Mütze. Aber dies ist auch gefährlich, die vorliegenden Gedichte mögen mich beschreiben, aber sie sind nicht zu diesem Zweck geschrieben. Es handelt sich nicht darum, »den Dichter kennenzulernen«, sondern die Welt und jene, mit denen zusammen er sie zu genießen und zu verändern sucht. Also muß der Herausgeber dem Leser lehren, wie die Gedichte zu lesen sind. Dazu ist es freilich nötig, daß sie sozusagen berühmt gemacht werden. In der Tat sind sie in einer Haltung geschrieben, die jemand nur einnimmt, wenn er mit aufmerksamen Lesern rechnet. Je mehr Du einzelne Gedichte, Zeilen, Standpunkte heraushebst, desto besser. Auch die Zyklen solltest Du einfach so erwähnen, als wären sie bekannt (oder würden sie bekannt werden). Man sollte den Leser zum Blättern bringen. Und je mehr Du über den jeweiligen Gegenstand sagst und die besondere Art der Behandlung erwähnst, desto leichter wird es der Leser haben - und doch nicht zu leicht. Die Methode, mit der Du die Zusammenstellung begonnen hast, ist glänzend.

Herzlich Dein alter

b


(Aus: GBA 30. 26 f. Mai 1950)




중국 차나무뿌리 사자상을 믿고[2]



악한 이는 너의 발톱을 두려워하지.

선한 이는 너의 고상함을 기뻐하지.

이런 소리를

나는 기꺼이 들었다네

내 시에 대해.


(GBA 15, 255, 1951년 8월 24일)




중국 차뿌리나무 사자상


Auf einen chinesischen Teewurzellöwen



Die Schlechten fürchten deine Klaue.

Die Guten freuen sich deiner Grazie.

Derlei

Hörte ich gern

Von meinem Vers.



(GBA 15, 255, 1951년)



차나무뿌리 사자상과 에피그람 시를 인쇄한 초판본 표지의 브레히트 『시 백선』 (1951년)

[1] 이 소네트는 브레히트가 동베를린 아우프바우 출판사 편집인 헤르츠펠데 (Wieland Herzfelde, 1896-1968)에게 1950년 5월에 보낸 편지 (Nr. 1491, GBA 30. 26f.)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헤르츠펠데는 망명시절 런던 말릭 출판사에서 두 권짜리 브레히트 전집을 발간했었다. [2] 편집자 헤르츠펠데의 친형인 존 허트필드 (Jon Heartfielde (1891-1968)가 “중국 차나무 뿌리 사자상“과 함께 표지 디자인을 했고, 이 디자인을 지원하고자 브레히트는 표지 뒷면에 인쇄할 위의 시를 특별히 썼다. 즉, 표지에 맞춰 에피그람을 쓴 것인데, 세상 빛을 보기도 전에, 먼저 형식주의 논쟁에 수난을 당한 시가 된 셈이다.

왜냐하면, 사실주의 논쟁에 이어 전후 동베를린에서 불붙은 형식주의 논쟁 (GBA 23, 134쪽, 1951년) 때문에 정작 아우프바우 출판사는 이 표지 인쇄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표지 문제로 논란 끝에, 결국 『시 백선』 초판은 반반씩 두가지 상이한 표지로 인쇄되었다. 그 이후 두 버전이 나란히 출간되었고 문고판들은 거부된 표지를 주로 수용했었다. (비교: GBA 15, 463쪽과 헤르츠펠데 문서보관소 https://heartfield.adk.de/en/node/2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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