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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에서 시詩들

- 시인 브레히트가 시의 꽃잎을 뜯어내듯 노래한 '망명에서 시들'



브레히트 망명에서 시詩들
Wieland Förster가 그린 스벤보르 시집 표지로 사용한 삽화 (1962년) 망명에서 시詩들

시는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것만을 낯선 주변에서 취한다. 아끼며 시는 기억을 나눠준다.

시는 요구되지 않는다. 시는 중단되지 않는다. 아무도 시를 꾸짖지도 칭찬하지도 않는다.

시는 현재를 가지지 않았기에 지속을 부여하고자 애쓴다. 단지 자기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시는 개선하고자 애쓴다.

생각 없이 몰두하는 자는 한 입 먹을거리를 뒤적인다. 잠 못 이루는 자는 잠자리가 필요하지 않다.

동시대 작품들보다 시는 과거 작품들과 더 많은 관계를 가졌다 그리고 현재 없이 반짝이는 시는 아주 탐욕스럽게 뒤를 이을 시들을 바라본다.

시가 말하는 것을 시는 기억으로부터 말한다 시는 여권과 신분증 없이 움직인다.




Gedichte im Exil

Nur was zu ihrem Unterhalt brauchen Nehmen sie von der fremden Umgebung. Sparsam Geben sie die Erinnerung aus.

Sie werden nicht angerufen. Sie werden nicht angehalten. Niemand schilt sie und niemand lobt sie.

Da sie keine Gegenwart haben Suchen sie sich Dauer zu verleihen. Nur um an ihr Ziel zu kommen. Das weit entfernt ist Suchen sie sich zu verbessern.

Achtlos fischt der Beschäftigte Nach einem Bissen Essen. Der Schlaflose Braucht keine Lagerstatt.

Mit ihren Vorfahren Haben sie mehr Verbindung als mit ihren Zeitgenossen Und am gierigsten blicken sie Die ohne Gegenwart scheinen Auf ihre Nachkommen.

Was sie sagen, sagen sie aus dem Gedächtnis Sie bewegen sich ohne Paß und Ausweis

(GBA 14, 311 f. 1935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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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치에 저항한 그리스의 한 젊은 레지스탕스를 위해 작곡한 그리스 작곡가 테오도르라키스 Mikis Theodorakis의 "기차는 8시에 떠나네 To treno fevgi stis okto"란 곡을 밀바 Milva가 애잔하고 심금에 와닿게 부르는 배경음과 함께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하여 소개하는 브레히트의 “망명에서 시들 Gedichte im Exil” (GBA 14, 311f. 1935년경)이라는 시는 시인이 자신의 시를 읽어줄 독자를 앗긴 망명 초창기인 1935년경에 쓴 시이다. 

    히틀러의 파시즘에 맞서 ‘글을 쓰는 자는 행동하는 자 Wer schreibt, handelt’라는 신념을 가졌던 브레히트는 '시는 결코 단순한 표현이 아니며, 시를 쓰는 일은 인간적 행위로서 역사를 규정하면서 또한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사회적 실천'으로 간주했었다. 그렇기에 본 시에서 시인이 "시는 요구되지 않는다. 시는 중단되지 않는다. 아무도 시를 꾸짖지도 칭찬하지도 않는다'는 단정은 아무도 읽어줄 독자 없는 망명 중에서도 "기억을 나눠주기 위해', '지속을 부여하고자' 시를 계속 써야 하는 시인의 사명과 결기가 드러나고 있다.     시를 좋아하는 것을 "시의 꽃잎을 뜯어낸다"는 비유로 장미의 잎을 하나하나 뜯어내듯이 시를 분석하고 음미했던 시인 브레히트는 '장미 꽃잎을 뜯어내듯 시를 해체하고 해체된 꽃잎 하나하나도 아름답게 보이도록' 자신의 시를 썼던 것이다.


   이렇게 망명 시절에 히틀러의 추격 앞에서도 자신의 모든 원고지를 끌고 다니면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기억을 나눠주고, 기억으로부터 여권과 신분증 없이 여행하면서도 당시 시대 현실을 비판적 안목으로 노래했던 것이다. 이런 브레히트의 시도가 1939년에 "스벤보르 시집 Svendborger Gedichte"으로 출간되었고, 1944년 말에 등사기로 찍어낸 "망명 시집 Gedichte Exil"을 친구들에게 성탄절 선물로 나눠주었다. 1944년 12월 "작업일지"에서 그는 '망명의 풍경과 같은 이 시들은 기본 문체로 씌여진 것이다'라고 적고 있다. 



브레히트 1939
스벤보르 밀짚 지붕 아래서 브레히트, 1939년

(2016년 5월 12일 - 이 시는 "브레히트 시, 777선 번역 프로젝트" 중에 하나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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