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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삼행 연구 (三行聯句)

2018년 9월 8일 업데이트됨

-  번역자에 따라 브레히트 시의  '시적 올가즘' 향과 맛이 달라진다 



브레히트, brechtcode, Terzinen über die Liebe
브레히트의 본 시를 모티브로 올젠 Ellena Olsen이 조각한 목판화 (1982년)


사랑에 대한 삼행연구 (三行聯句)* 

커다란 곡선을 그리는 저 두루미들을 보라! 이들에게 양보한 구름이 사라졌을 때 이내 구름과 더불어 함께 날아가네.

한 삶으로부터 또 다른 삶으로. 똑같은 높이와 똑같은 속도로 이들 둘 모두는 단지 나란히 보이네.

여기서 오래 머물지 않는 것 이렇게 두루미가 구름과 함께 나누는 것은 이들이 잠시 날아가는 아름다운 하늘이네.

그리고 날개짓 이외는 아무런 것도 보이지 않네. 둘다 감지하는 바람 속에 다른 날개짓 이제 비행 중에 서로 나란히 있네.

이렇게 바람은 그들을 공허로 유혹하려 하네. 이들이 단지 사라지지 않고 머무른다면, 이들 모두 이렇게 오랫동안 아무런 접촉도 없네.

이렇게 도처에서 오랫동안 쫓아버릴 수 있네. 비 올 것 같거나 총소리가 울리는 곳에서 이렇게 해와 달 아래서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이들은 서로 완전 도취하여 재빨리 비상하네. 니들은 어디로?                       어디로도 아니네. 

누구에게서 떠나 온거니?                                모든 것들로부터.

너희가 묻기를: 이들은 이미 얼마나 함께 있었는가? 조금 전부터.                그리고 이들은 언제 헤어질 것이라고?                                                                이내 곧. 이렇게 사랑은 연인들에게 하나의 버팀목으로 빛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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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zinen über die Liebe

Sieh jene Kraniche in großem Bogen! Die Wolken, welche ihnen beigegeben Zogen mit ihnen schon, als sie entflogen

Aus einem Leben in ein andres Leben. In gleicher Höhe und mit gleicher Eile Scheinen sie alle beide nur daneben.

Daß also keines länger hier verweile Daß so der Kranich mit der Wolke teile Den schönen Himmel, den sie kurz befliegen

Und keines andres sehe als das Wiegen Des andern in dem Wind, den beide spüren Die jetzt im Fluge beieinander liegen.

So mag der Wind sie in das Nichts entführen; Wenn sie nur nicht vergehen und sich bleiben So lange kann sie beide nichts berühren

So lange kann man sie von jedem Ort vertreiben Wo Regen drohen oder Schüsse schallen. So unter Sonn und Monds wenig verschiedenen Scheiben

Fliegen sie hin, einander ganz verfallen. Wohin ihr?                  Nirgendhin. Von wem davon?                         Von allen. Ihr fragt, wie lange sind sie schon beisammen? Seit kurzem.                   Und wann werden sie sich trennen?                                                                      Bald. So scheint die Liebe Liebenden ein Halt.

(Bertolt Brecht, "사랑에 대한 삼행연구 (三行聯句)", 1928년) 



배경 음악은  브레히트의 시 낭독 "Terzinnen über die Lieb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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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번역자들은 흔히 "번역은 제2의 창작이다"라는 말로 강변한다. 맞는 말이다. 창작하는 작가만큼이나 해당 언어에 대한 감각과 내용에 대한 이해력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번역 작업에 임한다면!!?? 하지만, 원전이 번역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들이 있음을 독자는 물론 인정해야만 한다. 그 많은 변수들 중에 한가지로, 번역자에 따라서 "시가 독자에게 어느 정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가는지"를 본 번역시 비교를 통해 독자들에게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소개되는 시는 김광규 시인이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란 브레히트 시집을 내면서, "사랑하는 사람들 Die Liebenden"이라 번역되어 국내 독자들에게 이미 잘 알려진 시이다.

    이 제목은 1951년 아우프바우 Aufbau 출판사가 브레히트 "시 백선 Hundert Gedicht" (1951)을 내면서 붙인 이후로 그렇게 알려져 왔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시였던 지라, 원래는 "사랑하는 사람들"이란 제목이 따로 없었다. 출간을 맡았던 헤르츠펠데 Wieland Herzfeld가 임의로 붙인 제목이다. 후일 한스 아이슬러 Hans Eisler는 이 시선집에서 "위의 시의 제목과 '두루미의 노래'를 다른 제목을 붙이고 마지막 절을 통째로 빠트린 출판 사고"를 "맙소사!"라고 회고했을 정도이다.

    김광규 시인이 한국어로 번역하는 가운데 의역에다 긴 시어와 시행으로 인해, 브레히트가 드라마에서 "삼행 연구법"으로 간략 명확하게 전달하고자 했던 애초의 의도가 많이 감소된 면이 없지 않다. 필자의 번역을 통해, "마하고니" 연극이 공연될 때마다, 극단적 비평을 받았던 "두루미 듀엣"이라고 불리는 브레히트 위의 시에서 "공중을 비상하며 날아 오르는 사랑하는 연인들"의 형상을 통해 "시적 올가즘"의 진수를 맛볼 수 있으리라 본다.




    브레히트 신전집 (GBA)이 편찬되면서 이 시의 제목이 바뀌었다. 시부분의 주 편집자였던 칼스루에 대학 크높 Jan Knopf 교수가 "사랑에 대한 삼행 연구 Terzinen über die Liebe" (GBA 14, 15)라고 제목을 바꾼 것이다. 

    이 시는 원래 1927년 브레히트가 쓴 작품에 봐일 Kurt Weill이 작곡했던 3막 오페라인 "마하고니 시의 흥망성쇠 Aufstieg und Fall der Stadt Mahagonny"에 나오는 대사이다. 원래 아주 길었던 대사를 브레히트가 1928년 수정하면서 14번째 장면에서 제니 Jenny와 파울 Paul이 주고받는 사랑의 삼행연구 (3행 1절로 반복되는 삼행 연구법 시)로 바꿔서, 이 장면을 따로 강조했었다. 

     이 시의 모티브와 형식은 브레히트가 단테의 "신곡"에서 따온 것이다. 단테는 "신곡"을 3행이 1절을 이루는 이태리 시 형태인 소위 "3운구법"을 사용하고 노래하고 있다. 또한 "신곡"에서 지옥 부분의 다섯 번째 노래에서 "날아오르는 비상"의 모티브와 "깊은 사랑에 빠진 관계"를 묘사하는 부분이 있다. 이 모티브를 브레히트가 위에 시에서 자신의 시어로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마하고니 시의 흥망성쇠"를 공연할 때마다 비평가들이 이 노래에 대해 극과 극으로 서로 다른 비평을 일삼았는데, 브레히트의 연극에 늘 혹평하던 연극 비평가 케어 Alfred Kerr의 "돈을 위한 매음"이란 비판에 크라우스 Karl Kraus는 "두루미 듀엣"을 "독일 서정시와 브레히트의 가장 중요한 창작"이라고 호평한다. 후일 벤 Gottfried Benn은 가장 선호하는 시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싯구"로 브레히트의 "사랑에 대한 삼행 연작"을 들고 있다.

   본 번역시와 해설을 읽고 이해하는 독자의 이해력과 감흥에 따라 독자 자신 사랑의 이해와 정도가 결정될 것이다. 처음으로 되돌아가 다시 한번 시를 음미하고, 자신의 사랑을 점검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면, 번역자의 역을 충분히 했다고 믿어도 되지 않을까?! ^(^


Brecht, 브레히트, BRECHTCODE
성공한 극작가로 자리 잡은 갓 서른 된 브레히트 (1928년)

(2014년 겨울 - 이 시는 "브레히트 시, 777선 번역 프로젝트" 중에 하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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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가 "신곡"을 쓰면서 사용한 시형(3운구법)으로서 3행이 1절을 이루는 이태리의 시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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