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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0일3분

브레히트 시에 스며든 이백 (李白)의 시상

- 이백 시와 관련된 독·불 번(역)안시 소네트로 해설

83번째 eBook으로 국내 출시된 "독·불 시인들, 이백 (李白) 시며들다" (표지 클릭하면 교보문고로!!)


 
동양은 물론 서양에서도 시인으로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영향을 끼친 시선 이백 (李白)의 시들이 서구권에 어떻게 번역되어 소개되었으며 또 계속 번안되었을까? 흔히들 번역을 ‘제3의 창작‘이라 말한다. 일찌기 “동양 고전의 소생이 곧 르네상스“ 임을 간파했으며 동양 사상과 문학을 이해하고 번안하고자 몸소 실천했던 독일 시인 브레히트 (B. Brecht)의 주장에 따르면, 원전 시가 가능한 손상되지 않도록 ‘너무 많은 것’을 번역하는 것보다는 “시인의 사상과 기본자세를 옮기는 점“ 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서구 중국학자들이 영어, 독어와 불어로 다양하게 번역했던 중국 한시, 특히 이백 시를 중국 한시 애독자로, 당대 유명한 시인으로 “번안 (Nachdichtung)“ 작업에서 특정 시어에 대한 오역으로 인해 파생된 시어의 선택이 어떠했는지 그리고 독일 독자들에게 중국 시선 (詩仙) 이백 시들을 어떻게 수용해 이해하고 독어 시어로 표현했으며 또 시작에 성공하고 있는지를 본 전자책 ≫독일 시인들, 이백 (李白) 시며들다≪와 ≫독·불시에서 이백 (李白)의 시상 - 도자기 정자≪를 통해 소개해 보고자 한다. 앞의 책은 독·불시 원전을 곁들인 것이고 뒤에 책은 한글 번역과 소네트 해설로만 구성된 책이다.

브레히트가 주장하는 것처럼, 본 책은 독일 시인들이 다양하게 시도했던 번안시를 통해 시선 이백의 시정을 최대한 다치지 않으면서도 각자 시어들로 어떻게 새로운 시를 창작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유럽에서 이백 시의 번안시들 원전이 된 것은 무엇보다 생드니가 1862년 번역, 출간한 ≫당시 (唐詩)≪와 발테르가 파리로 망명와 자기 집에 살던 중국인 丁敦齡 (Din Dunling)의 도움으로 1867년 번역한 ≫백옥시서 (白玉詩書)≪이다. 이 불어 번역은 파리 만국박람회 이후에 19세기 중반에 있었던 소위 ‘동양 붐‘의 결과이다. 발테르의 ≫백옥시서≪를 그대로 1873년 독어로 번역한 것이 뵘의 ≫중국 노래 (Chinesische Lieder)≪이고, 위 두 가지 번역을 바탕으로, 1905년 독어로 번역, 출간한 책이 바로 하일만의 ≫중국시≪이다.

이 세 가지 한시 번역들이 독일 시인들 시심을 움직였으며 이백 시어와 시정이 독일 시인들 시정에 다양하게 스며들었던 것이다. 결국 1920년대 독일에서 일어났던 동양사상과 문학에 대한 관심으로 불타오르게 되었다. 시경, 논어, 맹자를 위시해 주역까지 독어로 번역되었고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노자 ≫도덕경≪을 통해 무위자연 (無爲自然) 사상에 심취했으며 수많은 작가와 철학자들에게 노자가 대세철학자로 자리매김했던 것이다.

이런 시대적 사조에 힘입어, 중국 한시 번안과 ‘시뒤집기‘의 결과로 낯선 중국 고시가 다시 독어로 쓰였고 읽혀지게 되었다. 소위 ‘번안시 (Nachdichtung)‘는 가능하면 원작 시인의 시심을 최대한 살리는 범위 안에서 각 시인들이 자신들 시어를 택해 표현했다면, ‘시뒤집기 (Bearbeitung)‘는 다음 시와 같다.


 

나는 종종 ‘시詩뒤집기‘를 한다.

어떤 이들은 이것을 흔히 모방작이라 하지만,

‘시詩뒤집기‘는 다음과 같다:

옛 시형식을 가지고

현시대적 사건 내용을 담은 새로운 시를 쓰고는

제목 아래에다 아주 유명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한 죽은 작가의 이름을 적는다.

그리고 이미 죽은 그 작가의 이름 뒤에다

‘따라서‘를 삽입한다.


 
(2014년, 주경민 ‘시뒤집기‘)


 

본 소네트 해설집을 위해 선별한 이백 시들은 불어 번역시, 그리고 독일 시인들의 번안시의 뚜렷한 원본이 된 12편 시이다. 앞에 언급한 세 번역시집들 도움으로, 1907년 시인 베트게 (H. Bethge)가 제일 먼저 ≫중국 피리≪란 번안 시집을 출간했다. 이 시집에 이백 시 15편이 수록 되었으며 베스트셀러로 독일 독자들에게 잘 알려지자, 바로 이듬해인 1908년 작곡가 말러 (G. Mahler)는 베트게의 이백 번안시 6편과 왕유와 맹호연의 번안시 각각 한 편에다 곡을 붙여 ≫대지의 노래≪를 작곡했다. 말러가 사망하던 해인 1911년 뮌헨에서 초연되어 성공했으며, 그 이후 이백 시가 가곡으로 성악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천재 시인 클라분트는 1915년 4월 이백과 두보의 시가 포함된 ≫둔한 북소리와 취한 징소리 (Dumpfe Trommel und berauschtes Gong)≪란 번안 시집을 낸 뒤, 바로 이듬해 3월 이백 시만으로 구성된 번안 시집 ≫이태백 (Li-tai-pe)≪을 출간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그리고 한창 첫부인 ‘이레네‘와 교제 중에 다양한 중국 한시들을 번안했다. 이와 관련해 도교 사상을 담은 시들, 도덕경에 대한 내용들이 창작시로 1920년 출간된 ≫3음 1색 (Dreiklang)≪ 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후인 1930년, 114편을 번안한 시집 ≫중국 한시. 번안시 (Chinesische Gedichte. Nachdichtungen)≪는 오스트리아 비인 파이돈 (Phaidon) 출판사에서 출간됨으로써, 총 43편의 이백 번안시 를 번안했다.

히틀러가 정권을 잡기 전인 1927년 체코 태생인 오스트리아 시인 플라이서 (Max Fleischer, 1880-1941)가 중국 번안 시집 ≫도자기 정자 (Der Porzellanpavillon)≪ 를 출간했고, 1929년 뵘 (Hans Böhm)은 영국 중문학자 월리 (Arthur Waley)가 1919년 산문으로 번역한 중국시를 도움으로 번안시 ≫중국 노래≪ 를 출간한다. 특기할 사항은 플라이서는 48수의 다양한 중국 시인들의 시들을 번안하면서 이백 시 13편을 번안했으며 특히 불어 오역으로 인해 생긴 ‘도자기 정자‘ 란 시를 표제시로 삼았고, 자신의 시집 제목까지도 ≫도자기 정자≪라고 붙였던 것이다.


 
필자가 국내 최초로 번역해 소개했던 클라분트의 ≫이백 번안시≪에 이어 이백의 불어 번역시는 물론 독일 시인들이 다양하게 번안한 동일시들을 비교하고, 또 각 시에 대해 소네트로 해설해 ≫독일 시인들, 이백 (李白) 시며들다≪와 ≫독·불시에서 이백 (李白)의 시상 - 도자기 정자≪란 책을 묶어낸다. 이를 통해, 번역시와 번안시의 역할과 중요성은 물론이며 시를 쓰는 시인들이 이미 알려진 시형식이나 소재로 현대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재발견하고 시를 재창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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